트럼프 측 연설자로 나선 코미디언 토니 힌치클리프가 미국령 푸에르토리코를 '쓰레기 섬(island of garbage)'이라고 언급한 것이 미국 대선 막판 변수로 떠올랐어요.
힌치클리프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뉴욕 유세에서 "푸에르토리코는 떠다니는 쓰레기 섬"이라고 말한 뒤 흑인과 이민자를 비하하는 인종 차별적 발언을 쏟아냈어요.
카리브해에 위치한 푸에르토리코는 인구 32만 명의 미국 자치령으로 주민은 모두 미국 시민이지만 대선 투표권은 없어요. 다만 미국으로 이주한 푸에르토리코 출신 유권자가 600만 명이나 된다는 점이 포인트예요. 이들이 '반(反)트럼프' 쪽으로 기울어진다면, 트럼프 입장에선 생각하기 싫은 결과가 될 거예요.
당시 트럼프는 전국 유권자 득표에서 민주당 후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게 286만여 표 차이로 졌어요. 경합 주 몇 곳의 승부를 뒤집었던 게 승리 비결인데, 우리나라와는 다른 미국의 선거제도가 가장 큰 역할을 했어요.
미국은 유권자의 표가 당락으로 바로 이어지지 않고, 직접 선거와 간접 선거가 혼합된 형태예요. 50개 주(州)와 워싱턴DC에 배정된 538명의 대의원 가운데 과반인 270명을 차지한 후보가 승리해요. 주를 기준으로 단 0.1%라도 앞선다면 해당 주의 대의원을 모두 가져가는 형태예요.
따라서 치열한 접전을 보이는 경합 주를 가져가는 게 중요한데, 이번 선거에서는 애리조나주(11명), 조지아주(16명), 미시간주(15명), 네바다주(6명), 노스캐롤라이나주(16명), 펜실베이니아주(19명), 위스콘신주(10명) 등 7개 주 93명의 대의원을 누가 가져가냐가 대선 승리 갈림길로 점쳐져요.
미국 경제 최고의 화두인 '반도체'를 두고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대선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정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어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조 바이든 정부의 반도체법에 비판적인 입장이에요.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부유한 반도체 기업에 보조금까지 지원하면서 미국 생산을 장려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어요. 대신 관세로 미국 생산을 강제할 수 있다는 입장이에요.
반면 해리스 부통령은 보조금 폐지는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반도체법을 적극 지지하고 있어요.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 집권 당시 첨단 반도체를 중국에 팔았고 그것이 중국군 현대화에 도움을 줬다"며 "미국 대통령의 두 가지 최우선 순위인 안보와 번영에 대한 최우선 이익이 무엇인지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어요.
미국 반도체법(CHIPS ACT)은 일명 '칩스법'이라고도 불려요. 2022년 8월에 통과됐으며, 미국 내 반도체 생산을 촉진하기 위해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법안이에요. 총 2800억 달러의 자금이 투입되는 법으로, 우리나라의 삼성전자도 텍사스주 테일러 반도체공장 투자사업에 64억 달러(약 9조원)의 현금보조금을 받게 됐어요.
<정책비교 2> 미국은 여전히 '기회의 땅'일까?
미국 사회 최고의 화두는 '이민자'라 할 수 있어요. 그중에서도 멕시코와 국경을 접한 채 경합 주로 꼽히는 애리조나는 특히 더 민감해요.
백인을 중심으로 공화당을 지지하는 층에서는 민주당이 국경을 열어주면서 미국인의 일자리가 줄어들고, 범죄자와 마약상인들이 들어왔다고 생각해요.
반대로 히스패닉을 중심으로 한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미국은 아직 이민자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들은 이민자 문제에 대해 "이민자가 들어오면 일자리를 잃는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저숙련 일자리가 대부분"이라며 일자리 문제와 이민자 문제를 결부시키지 않고 있어요.
히스패닉은 스페인어권 국가 출신의 후손을 의미하는 말이에요. 오늘날에는 스페인 본토가 아닌, 중남미나 미국의 스페인어권 출신들을 부르는데 주로 쓰여요.
<정책비교 3> '동맹 중시' vs 한국은 '머니 머신'
미국 대선에서 우리가 가장 주목해야 할 문제는 바로 안보예요. 해리스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안보 혹은 동맹에 대한 입장에서도 완전히 다른 정책을 예고하고 있어요.
해리스 당선 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유력한 필 고든 현 부통령 안보 보좌관은 동맹을 중시한다는 평가가 많아요. 2021년 아프가니스탄 철군 결정할 때도 미국과 동맹의 위협 제거를 위해 미군 잔류를 주장했고, 우크라이나 전쟁에도 미국이 러시아를 처벌해 주권 보호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믿는 것으로 전해져요.
반면 트럼프는 한국을 '머니 머신'이라고 부르며, 자신이 재임 중이라면 매년 주한미군 주둔비용으로 100억 달러(약 13조원)를 지불하게 했을 거라고 주장하고 있어요.
이런 트럼프의 안보 보좌관으로는 리처드 그레넬 전 주독일대사가 비중 있게 거론돼요. 그레넬은 "전 세계 어떤 클럽도 자기 책임을 부담하지 않고는 회원이 될 수 없다"고 말할 정도로 동맹의 방위비 분담에 강경한 편이에요.